22-23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막을 내렸다. 모든 것을 요약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스토리가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요약을 하면 아래와 같다. 리그가 끝이 나고, 남은 것은 FA컵이다. 맨시티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도 남아있다.
- 우승 : 맨체스터 시티
- 준우승 : 아스날
- 챔피언스리그 진출 : 뉴캐슬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유로파리그 진출 : 리버풀,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
-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진출 : 아스톤빌라
- 강등 : 레스터 시티, 리즈 유나이티드, 사우샘프턴
경기 정보
- 일정 : 23.06.03 토요일 23:00 (한국 시각)
- 장소 : Wembley Stadium (London / 중립 지역)
- 주심 : 폴 티어니 (Paul Tierney)
- 역대 전적 : 맨유 (78승) 무승부 (53무) 맨시티 (58승)
- 최근 5경기 맞대결 : 3승 2패 맨시티 우세
리그가 끝이 나고, 맨유와 맨시티는 일주 뒤인 06.03(토/한국시각)에 웹블리 스타디움에서 FA컵 우승컵을 들기 위한 또 한 번의 맨체스터 더비를 치를 예정이다. 역대 전적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월등히 앞서지만, 최근 10년만 두고 보면 맨시티를 맨유가 따라가는 입장이다.
특히, 98-99 시즌 퍼거슨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FA컵을 우승하며 아직까지도 잉글랜드 구단 유일의 트레블 구단으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이 때의 공로를 인정받아 퍼거슨은 영국의 기사 작위까지 수여받았다. 그런데 시끄러운 이웃인 맨체스터 시티가 이런 유일한 기록을 나눠갖고자 도전하고 있다. 오히려 퍼거슨 전 감독의 말대로 맨체스터 시티는 단지 시끄러운 이웃 정도로 머물렀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만수르가 처음 시티를 인수하던 때에만 하더라도 맨체스터 시티는 돈으로 역사를 사려는 공공의 적과 같은 이미지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물론 팬들까지 '역사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걸개를 내걸며 맨시티를 비아냥거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러한 비아냥을 듣던 맨체스터 시티의 도전을 직접 굴복시킬 기회를 갖게 되었다.
심판은 폴 티어니 주심이다. 폴 티어니 주심은 큰 경기에 자주 배정되는 배테랑 주심이지만, 논란 역시 많은 심판이다. 특히, 폴 티어니는 파울과 몸싸움에 있어 관대한 성향을 보이는 편이다. 차라리 이런 중요한 결승전에서, 게다가 맨체스터 더비라는 스토리가 있는 경기에서는 관대한 성향의 심판이 배정받는 것이 축구 외적인 볼거리를 많이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잉글랜드 클럽 유일의 트레블이란 역사를 지키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 예상 결장자 : 톰 히튼 / 필 존스 / 마르켈 자비처 / 리산드로 마르티네즈 / 도니 반 더 비크 / 안토니 / 루크 쇼
- 22-23시즌 결과 : 리그 3위, 유로파 리그 8강, 카라바오 컵 우승, FA컵 결승 진출
- 최다 득점 : 마커스 래쉬포드(30골)
- 최다 도움 : 브루노 페르난데스(13 도움)
많은 축구 팬들은 맨시티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유나이티드 팬들은 인정하기 싫더라도, 시티가 최근 경기력이나 성적 등 모든 것에서 유나이티드를 압도하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에릭 텐하흐 감독이 맨유에 부임한 뒤로, 빠르게 과거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유나이티드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유나이티드 출신 레전드 리오 퍼디난드는 오죽하면, 맨시티의 트레블을 막기 위한 부탁을 본인의 후배 맨유 선수가 아닌 레알 마드리드에게 했다.(당시 맨시티는 레알마드리드와의 준결승을 치르고 있었다.)
다만, 이대로 포기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절대 아니다. 지난 풀럼전이 끝나고, 텐하흐는 올드트래포드에 남아 선수단과 팬들에게 FA컵에 임하는 자세와 동기에 대한 연설을 하였다.(링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력의 누수가 있다. (두 선수에게는 미안하지만) 톰 히튼과 필 존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텐하흐 수비 전술의 핵인 리산드로 마르티네즈는 여전히 부상으로 FA컵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로테이션 멤버로 준수한 활약을 펼친 자비처 역시 부상 중이다. 안토니는 지난 첼시전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하며, 프리 시즌에 있을 미국 투어에도 불참할 예정이다. 안토니의 경기력에 그동안 의문부호가 많이 붙었지만, 그래도 안토니는 텐하흐가 가장 신뢰하는 RW였다. 텐하흐 입장에서는 벤치의 깊이를 더해줄 자비처와 자신의 첫 번째 공격 옵션 중 하나인 안토니의 부상이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안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격진에 래쉬포드와 가르나초가 복귀하여 제 컨디션을 찾고 있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이다. 안토니의 부상으로 다소 이른 시간 교체 투입되어 복귀전을 치른 래쉬포드는 복귀전에서 복귀골을 신고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가르나초 역시 교체로 투입될 때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거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맨유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브루노-에릭센-카세미루가 공간으로 뿌려주는 패스를 향해 돌진하는 래쉬포드-가르나초의 공격 루트는 이번 시즌 맨유의 가장 주요한 공격 전술 중 하나이다. 텐하흐는 올 시즌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공격라인을 가동할 수 있다.
공격진을 받쳐주는 미드필더의 최근 활약 역시 대단하다.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이번 시즌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까지 커버하며 공격지역 전반에 걸쳐 공격의 활로를 열어준다. 에릭센은 끊임없는 볼 배급으로 맨유의 중원을 지휘한다. 카세미루의 최근 폼은 완전히 물이 올라있다. 수비 지역에서 터프한 수비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어 놓던 카세미루는 최근 들어 공격포인트까지 부쩍 기록하고 있다.
루크 쇼 역시 첼시전에서 부상으로 교체되었지만, 말라시아는 출전할 때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 바란과 린델로프는 계속해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고 있으며, 완비사카는 폼을 회복하며 달롯을 제치고 주전 윙백으로 기용되고 있다. 맨시티가 이들을 벗겨내더라도, 골문엔 이번 시즌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데 헤아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많은 이가 맨시티의 우승을 예상하고 있지만, 맨유는 본인의 유일한 역사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시끄러운 이웃인 맨시티를 이기고자 전력 그 이상을 쏟아부을 것이다.
트레블이란 역사에 도전하는 맨체스터 시티 FC
- 예상 결장자 : 루벤 디아스 / 마누엘 아칸지 / 잭 그릴리쉬
- 22-23 시즌 결과 : 리그 우승,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 카라바오 컵 8강, 커뮤니티 쉴드 준우승, FA컵 결승 진출
- 최다 득점 : 엘링 홀란드(52골)
- 최다 도움 : 케빈 데 브라위너(27 도움)
'시끄러운 이웃, 돈으로 역사를 사려는 자' 만수르가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할 당시 맨시티가 듣던 비아냥이다.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맨체스터 시티는 어느새 레알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 전 세계 다섯 손가락에 드는 자이언트 구단으로 성장하였다. 2010년대부터는 맨체스터 시티의 반 독주무대였다. 기어이 맨체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 트레블이라는 대단한 역사에 도전을 하고 있다. 시즌 초 맹렬한 기세로 리그 우승에 도전하던 아스날이 자멸하듯 맨시티에게 리그 우승컵을 내주었다. 또한,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이해하지 못할 전술로 미끄러지던 펩의 맨체스터 시티는 기어이 레알마드리드를 꺾으며,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진출하였다. 이번 FA컵에서 우승한다면, 맨시티는 유일한 트레블을 기록한 맨유를 꺾고, 트레블을 기록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맨체스터 시티는 부상으로 인한 결장자는 거의 없다. 루벤 디아스와 아칸지, 잭 그릴리쉬가 전부다. 물론 이들은 이번 시즌 결정적인 역할을 많이 해주었지만, 그래도 맨시티는 본인들의 플랜 A를 준비할 수 있다. 일찍이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맨시티는 지난 두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돌리며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었다. 리그 최종전이 끝난 뒤에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단 전원에게 이틀의 휴가를 주었다.
최고의 몸 상태로 FA컵 우승에 도전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최전방에는 이번시즌 리그 득점왕 엘링 홀란드가 출전할 예정이다. 시즌 초반 몇 경기에서는 맨시티 전술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금은 홀란드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EPL 첫 시즌에 리그 득점왕을 거머쥔 것도 모자라, EPL 단일 시즌 최다 득점자에 본인의 이름을 새겼다. 홀란드의 좌우에는 각각 마레즈와 베르나르두 다 실바가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베르나르두는 이적설이 돌고 있지만, 펩이 가장 믿음을 보이는 측면 공격 자원에는 틀림없다. 베르나르두와 마레즈는 특유의 유려한 드리블로 측면을 헤집고 다니며 맨유 수비의 균열을 노릴 것이다.
로드리-귄도안-데 브라위너로 이어지는 중원은 잉글랜드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엔진 중 하나이다. 로드리와 귄도안은 수비적인 곳에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지만, 공격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상대방의 박스로 침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데 브라위너는 최근 몇 년간 말이 필요 없는 미드필더로 성장했으며, 홀란드와 절정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예전의 소년 더 브라위너가 아니다.
토트넘에서 둥지를 옮긴 워커는 맨시티 측면을 지배하는 새로운 엔진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히, 지난 챔스 준결승 2차전에서 비니시우스를 틀어막으며, 좋은 활약을 보였다. 중앙에는 스톤스와 라포르테가 버틸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볼을 상당히 잘 다루는 수비수로, 펩의 티키타카를 맨시티의 최후방에서부터 구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수비수이다. 아칸지가 빠진 자리에는 세르히오 고메즈가 출전할 수 있으며, 골문에는 에데르손이 버티고 있다.
물론 펩 과르디올라는 전술적 유연성이 높아 백쓰리를 들고 맨유를 상대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펩은 중요한 경기에서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맨시티의 라인업은 나오기 전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맨체스터 더비는 항상 재미있었지만, 이번 더비는 결승전과 트레블이라는 스토리, 그리고 기본적인 감정이 얽혀 특히 더 재밌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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