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맨유는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사실 맨유가 퍼거슨의 은퇴 이후, 긍정적이었던 적은 감독 교체 직후의 순간과 시즌이 끝난 뒤의 다음 시즌을 향한 팬들이 막연한 기대를 가질 때뿐이었다. 현재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조별 최하위 탈락, 카라바오 컵 16강 탈락, 프리미어 리그 7위를 달리고 있다. 연일 터지는 선수들의 불화와 매주 최악을 달리는 맨유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텐하흐를 경질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적어보고자 하자.
1. 전략가인 텐하흐는 당시 맨유의 최선책이었다.
텐하흐는 지난 시즌을 앞둔 22년 08월에 랑닉을 이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맨유는 솔샤르를 리그 도중에 경질시키고, 랄프 랑닉을 임시감독으로 앉혔음에도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중이었다. 가뜩이나 랑닉은 임시 감독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오스트리아 국가대표의 감독직 계약을 체결하며, 팬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같은 기간 텐하흐는 아약스를 이끌고 네덜란드 리그를 우승을 했다. 리그에서 고작 3패만 기록하였으며, 무려 98 득점을 꽂아 넣었다. 네덜란드 리그컵에서는 21 득점 1 실점이라는 믿기 어려운 성적을 거두고도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18-19 시즌에는 챔피언스 4강 돌풍을 일으켰다.(당시 토트넘에 패하며 4강에서 탈락하였다.)
이렇듯 텐하흐는 이미 유럽에서 검증된 지략가였다. 당시 텐하흐와 포체티노가 최종 맨유 후보로 거론되었는데, 팬들은 텐하흐를 더욱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맨유를 이끌던 감독을 보면, (모예스-긱스-반할-무리뉴-솔샤르-랑닉) 대부분 전략가라기보다는 매니징에 특화된 감독이 많았다. 그나마 반할과 랑닉이 전략가에 가까운 유형이었는데, 반할의 전술은 맨유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며 괴짜 감독으로 남았고, 랑닉은 전술적인 이론에만 능통했다. 현대 축구의 감독 역할은 계속 변하고 있으며, 펩 과르디올라와 클롭, 나겔스만 등 감독이 확실한 전술색을 지닌 팀이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팬들은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맞추어 매니징 유형의 감독인 포체티노보다 전술가인 텐하흐의 선임 원하였고, 텐하흐는 팬들의 큰 기대를 안고 맨유에 입성했다.
2. 텐하흐의 카리스마와 리더십
맨유는 그동안 감독이 선수단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모예스는 긱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선수 교체를 진행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던 적이 있었다. 이후에도 린가드, 포그바 등 맨유는 끊임없이 감독과 선수가 대립하는 구도가 있었다. 무리뉴 시절은 특히 선수단과 감독의 기싸움이 절정에 달했으며, 결국 무리뉴가 경질당하며 일단락되었다. 무리뉴가 떠난 이후, 루크 쇼는 "반드시 무리뉴보다 오래 맨유에 남아있을 것이라 믿었다." 식의 저격을 하였다. 솔샤르는 선수단에게 자유를 부여하며, 반등에 성공하였지만, 이내 자유보단 방임에 가까워 보였으며, 랑닉은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텐하흐 역시 현재 락커룸이 아주 고요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텐하흐는 정확한 규율을 세워 선수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한다.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벤치를 떠나고, 말도 안되는 인터뷰를 떠들어댄 호날두를 방출시켰으며, SNS를 통한 잘못된 방식의 불만 표출을 했던 산초 역시 팀을 떠나는 것이 기정사실화가 되었다. 지난 시즌, 한창 절정의 폼을 보이던 래쉬포드는 늦잠을 자서 선발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당시 래쉬포드의 폼과 다른 공격수의 폼을 감안하다면, 텐하흐에게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테지만, 텐하흐는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끊임 없는 잡음이 공개적으로 노출되며 직접적인 기싸움을 하던 라커룸을 어느정도 잡아가고 있는 텐하흐다. 또한, 언론과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는 오나나, 브루노, 안토니 등을 대외적으로 계속해서 감싸며 선수를 보호하는 면모도 보이고 있다. 결국, 현재 감독에 불만이 있는 선수들이 정리가 되고, 팀과 감독에 충성할 수 있는 선수들이 남는다면, 이러한 텐하흐의 리더쉽과 성적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3. 텐하흐의 성적
가장 많은 팬이 텐하흐의 경질을 외치는 이유이다. 맨유는 이번 시즌 리그 7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탈락했다. 카라바오 컵 역시 뉴캐슬에게 홈에서 3:0으로 두들겨 맞으며 탈락하였다. 물론 좋지 않은 성적임은 맞지만, 과연 텐하흐는 정말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중일까? 텐하흐는 맨유 역사상 최단 기간에 50승을 기록하였다. 이는 무려 118년만에 기록된 역사이다. 맨유를 응원하는 모든 사람이 향수를 갖는 퍼거슨 감독보다도 빠른 페이스로 50승을 기록한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50승을 거둘 때까지 105경기가 필요했지만, 텐하흐는 고작 79경기가 필요했다. 무려 63%의 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또한, 맨유는 지난시즌 리그 3위를 기록하였으며, FA컵 준우승, 카라바오 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물론 우승이 익숙하던 맨유 팬에게 만족스러운 기록은 아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으면서, 결과까지 챙긴 텐하흐는, 팬들에게 자신이 새로운 제국을 재건할 것이란 기대감을 주기엔 충분하였다.
3.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텐하흐는 이제 2년차이다. 사실 퍼거슨 이후의 감독들도 풍분한 시간을 부여 받은 감은 없다. 모예스는 9개월 21일 만에 성적을 부진으로 경질 되었으며, 긱스가 잔여 4경기만을 임시로 지휘하였다. 이후 반할 감독은 103경기를 이끌었으며, 무리뉴는 그나마 144경기를 지휘했다. 솔샤르는 대행기간을 합하여 95경기만을 지휘하였다. 첼시와 함께 감독들의 무덤이 된 것이다. 현재 텐하흐의 맨유를 보면 앞선 감독과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텐하흐가 본인의 전술색을 맨유에 입히려는 노력을 부단히 한다는 점이다. 데헤아의 방출이 이와 직결된 것이었다. 아무리 오나나가 장갑을 낀 수비수라고 조롱을 받더라도, 텐하흐는 본인이 그리는 축구를 확실하게 맨유에 입히고자 가장 적극적이며,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이러한 과정의 과도기에 있다. 어떤 팬들은 또 그놈의 과도기냐는 소리를 할 수 있지만, 위에 기록된 전임 감독의 경기수를 보면 계속되는 과도기를 자초한 것은 맨유 자신이다. 여전히 맨유는 아기자기한 토털풋볼로 경기를 임할 때 보다, 빠르고 직선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을 때, 경기를 더욱 지배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 세계 축구 전술의 큰 흐름인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점유율 축구와 맨유의 전통적인 전술 사이의 기로에 놓인 맨유에게 이 선택을 할 수 있는 전권자는 바로 텐하흐이다.
3. 선수단 구성의 어려움
현시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에 등록된 부상자 수 2위이다. 무려 12명이 부상으로 결장 중이다. (1위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이다.) 맨유는 프리시즌부터 마이누와 마운트가 부상을 당하며, 출전할 수 없었다. 그나마 중원의 믿을맨이었던 카세미루 역시 이번 시즌부터는 급격한 폼 저하를 보이더니 끝내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이후, 리산드로 마르티네즈와 바란, 쇼가 추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나마 맨유 수비진에서 가장 확실한 수비를 보이던 마르티네즈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 현재까지도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비진의 출혈이 심했던 맨유는 윙백인 루크쇼가 센터백을 보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루크쇼도 잦은 부상이 있었는데, 출전을 하더라도 다른 선수의 부상 때문에 제 포지션으로 뛸 수 없었다. 루크쇼의 백업인 말라시아 역시 부상자에 이름을 올리며, 맨유의 왼쪽 수비수는 오른쪽 수비인 달롯이 임시방편으로 틀어막고 있다. 그나마 조니 에반스의 영입이 신의 한 수가 된 맨유이다.
물론 부상자가 없는 팀은 존재하기 어렵다. 그건 큰 행운이다. 또한, 부상자가 감독에게 있어 핑계가 될 순 없지만, 지난 시즌부터 텐하흐는 본인이 원하는 전술을 위한 베스트 일레븐을 출전시킬 기회조차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4. 구단 자체의 어수선한 분위기
맨유 팬이라면 맨유의 현 상황이 상당히 암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프사이드 룰조차 제대로 모르기로 유명한 구단주가 구단을 운영하면서, 지난 시즌부터는 맨유 구단의 매각 이슈까지 축구 외적인 문제들도 겹쳤다. 또한, 단장 영입에 대한 이적설까지 나오며 끊임없이 내홍을 겪고 있다. 단장은 보통 선수 영입에 대한 권한을 부여받기 때문에 축구 성적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또한, 에드우드는 오로지 돈에만 혈안이 되어 경기와 무관한 스타플레이어를 향한 오버페이로 선수단의 비대칭 문제까지 야기한 적이 있다. 어찌 되었건 짐 랫클리프가 맨유의 운영권을 가져가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되어가며 맨유도 한숨을 돌리나 했는데, 랫클리프는 텐하흐의 경질설에 불을 붙이고 있다. 맨유의 팬으로 알려진 랫클리프가 맨유를 위해 많은 부분에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데, 시즌 도중인 지금은 그 칼끝이 감독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경기력에 긍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5. 마땅한 대안 없는 경질
이미 맨유는 대안 없는 감독 경질을 오랫동안 해왔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팬들은 그토록 원하던 텐하흐라는 감독을 데려왔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경질설에 불을 붙이고 있다. 자, 그럼 텐하흐가 경질된다면 과연 그 대안은 누가 될까? 현재 맨유는 랫클리프가 맨유를 인수하면서 그레이엄 포터 감독과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 포터는 브라이튼에서 인상적인 축구를 보이며 성공한 감독이 되었으나, 브라이튼과의 끝은 좋지 못하게 맺었다. 이후 첼시 감독이 된 포터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첼시 역사상 최악의 승률을 기록하며 쫓겨나듯 상호해지하였다. 맨유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정말 포터가 텐하흐보다 맨유를 더욱 잘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이 외에도 현재 오퍼를 넣을 수 있는 감독은 로페테기, 콘테, 지단 등이다. 이들 역시 텐하흐를 대체 하여 텐하흐보다 나은 행보를 보일 수 있을지 확신을 주진 못한다. 누군가는 로페테기가 울버햄튼에서 보인 모습과, 콘테의 질식축구, 지단의 챔스 3 연속 우승 등을 말하며 이들을 원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맨유의 감독 선임을 보면, 확실한 비전과 프로젝트보다는 이 감독을 데려오면 잘할 것 같다는 호기심이 섞인 느낌이다. 그나마 이번 시즌이 종료되면 안첼로티의 거취가 주목되는데, 그렇다면 맨유는 이미 텐하흐의 색깔을 2년 동안 입힌 상황에서 또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6. 과거와 옆 동네에서 배울 수 있는 경험
맨유 팬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감독 교체가 분위기 반전엔 효과적이지만, 이는 일시적 진통제인 모르핀일 뿐이다. 그동안 맨유의 역사가 이를 보여주었으며, 다른 클럽도 마찬가지다.
클롭과 아르테타의 사례를 맨유는 배울 수 있다. 클롭은 2015년 10월 리버풀 암흑기의 정점에 부임하여 벌써 8년 정도 리버풀을 지휘하였다. 클롭이 리버풀을 맡은 첫 시즌에는 8위를 기록하였다. 이후 2년 연속 4위를 기록하며, 4번째 시즌에 2위를 기록하기 시작하며 리버풀은 본격적으로 과거의 위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 4번째 시즌인 18-19 시즌부터 리버풀의 화력을 불을 뿜기 시작했다.
아르테타는 어떨까? 펩이 가장 아끼던 측근이었던 아르테타는 19년 12월, 과감하게 아스날의 감독직에 도전하였다. 아르테타는 부임 첫 두 시즌 리그에서 8위를 기록하였다. 3번째 시즌에는 리그 5위를 기록하더니, 4번째 시즌인 지난 시즌에 리그 돌풍을 일으키며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시즌 아스날의 기세는 시즌 초반부터 맹렬했다.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경기가 나왔으나, 이번 시즌 또다시 리그 우승에 도전 중이다.
공교롭게도 암흑기를 걷던 팀이 변한 것은 4년 차부터였다. 아르테타 역시, 부임 초기에는 오바메양 라카제트 등의 선수들과 잡음이 있었고, 이 선수들은 결국 구단을 떠나게 되었다.
7. 과연 감독의 문제인가(선수단의 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맨유가 과연 감독의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선수단 관리는 결국 감독의 책임이다. 그러나, 맨유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태도는 가이 쓰레기라고 할 수 있다. 공간으로 넣은 패스가 조금 길다 싶으면 악착같이 뛰어가던 과거의 맨유 선수들, 그리고 다른 팀의 선수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그들이 생각했을 때, 볼이 조금 길다 싶으면 이내 스프린트를 멈추고, 서로에게 엄지 척을 시전 하기 바쁘다. 공격 과정에서 턴오버를 내주면 빠르게 수비에 가담하여 공을 찾아올 생각보다는 일단 넘어지고 제발 파울을 선물 받기를 기대한다.(내 기억엔 포그바 시기부터 스멀스멀 이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난 시즌 가장 믿을만한 래쉬포드마저 이번 시즌은 수비에 아주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공을 뺏기면 머리를 감싸며 한숨 쉬기 바쁘다. 마샬의 태도는 옛날부터 유명했다. 오히려 요즘 들어 그나마 조금은 더 적극적인 것 같다. 동네에서 축구를 하더라도, 서로가 뛰라고 얘기하며 공을 찾기 바쁜데, 일주일에 수억을 받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가 이러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 심히 유감스럽다. 물론 모든 책임은 감독이 끌어안고 가는 것이지만, 맨유 선수의 태도는 비단 텐하흐 시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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