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上편(링크)에 이어 텐 하흐의 살생부에 오른 방출 리스트를 알아보고자 한다. 텐 하흐 감독은 약 8명의 살생부를 작성하였으며, 이들을 매각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빠르게 이들을 처분하고, 새로운 선수의 영입 자금으로 보태고 싶어 한다. 특히, 매과이어를 빠르게 매각한 뒤, 매과이어의 이적료로 김민재의 영입을 원하고 있으나, 매과이어가 맨유에 계속 남아 주전 경쟁을 하고 싶다는 청천벽력(?) 같은 의사를 내던졌다. 오늘은 텐하흐 살생부의 나머지 6인에 대하여 알아보자.
안토니 마샬
2015년 골든 보이를 수상한 안토니 마샬은 15-16시즌을 시작한 직후, 반할이 이끌던 맨유로 합류하였다. 이미 모나코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마샬은 무너지던 맨유의 공격진에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한창 기대 이하의 성적과 경기력으로 비난과 경질 위험에 시달린 반할은 마샬을 두고 '긱스를 위한 선물'이라며 마샬을 치켜세웠다. 데파이, 야누자이 등 제대로 된 공격을 보여주지도 못하던 맨유의 선수들 사이에서 마샬은 유일하게 전진드리블을 통해 맨유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마샬은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경기력이 급격하게 저하되었다. 특히, 즐라탄과의 등번호 사건 이후로는 유독 경기장에서 의욕 없는 태도와 표정으로 많은 욕을 먹었다. 텐하흐 감독이 부임하면서 마샬마저 살려내는 듯하였다. 텐하흐 밑에서는 출전할 때마다 전체적인 퍼포먼스가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나올 때마다 득점은 간간히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상이 발목을 잡으면서 텐하흐 감독의 인내심은 바닥을 쳤다.
프레드
샤흐타르의 엔진이었던 프레드는 우크라이나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본인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챔피언스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프레드는 맨체스터의 두 팀의 눈에 띄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의 과르디올라가 프레드를 더욱 원했으며, 맨유는 오로지 프레드가 맨시티로 이적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하이재킹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서 그럴까, 맨유에서의 프레드는 전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였다. 프레드는 다른 브라질리언과는 다르게 왕성한 체력을 주무기로 경기장을 누비는 박스 투 박스 유형의 미드필더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맨유의 안데르손과 비슷한 유형이다. 그러나, 맨유는 프레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입단 초에 포그바, 맥토미니와 함께 경기에 나설 때면 동료와 계속해서 동선이 겹쳤다. 이후에도 애매한 오프더볼 움직임으로 경기에 크게 기여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경기는 22-23 시즌 맨시티와의 리그 경기에서 데 브라위너를 잘 마크한 경기가 유일하다.(이건 개인적인 의견이다.) 텐하흐는 프레드를 이적시키고, 라이스 등 확실한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고 싶어 한다.
스콧 맥토미니
맨유의 유스 출신으로 전형적인 파이터 기질을 가진 중앙 미드필더이다. 유스 시절에는 스트라이커로 축구를 시작했던 만큼 박스 근처에서 종종 날카로운 중거리 슛을 보여주기도 한다. 맥토미니는 맨유의 유스 출신답게 맨유라는 구단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어떤 팀과 경기를 하더라도 주눅 드는 법이 없었고, 가끔 욱하는 성격은 맨유 경기력에 오히려 활기를 불어넣을 때도 있었다.(물론 불필요한 파울과 경고를 수집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맥토미니 역시 평범한 활약을 보여주는데 그쳤다. 이따금씩 번뜩이는 중거리슛과 파워풀한 태클을 보여주었지만, 그게 다였다. 못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한다고 하기는 애매한 맥토미니는 에릭센과 카세미루에게 서서히 주전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카세미루 영입 직후, 맥토미니는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한동안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결국 카세미루에게 주전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그동안은 맨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맨유에서의 주전 경쟁을 지천명 하던 맥토미니였지만, 카세미루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뉴캐슬이 맥토미니를 주시하자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하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사우디 자본을 등에 업고 맥토미니에게 접근을 하고 있다. 맨유 역시 중동이란 거대한 자본의 제안이 온다면 맥토미니를 놓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알렉스 텔레스
어느덧 맨유에서 잊힌 브라질의 주전 수비수이다. FC포르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텔레스는 20-21 시즌 맨유로 합류한다. 특히, 날카로운 킥과 오버래핑을 주 무기로 하는 텔레스는 제2의 마르셀루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유망한 수비수였다. 텔레스의 영입으로 솔샤르는 루크 쇼, 브랜든 윌리엄스와 함께 다양한 옵션을 갖출 수 있었다. 텔레스는 어떻게 보면 아쉬운 케이스이다. 텔레스가 못했다기보다는 루크 쇼가 너무나 좋은 윙백으로 성장해버린 것이다. 어느덧 잉글랜드 국가대표의 주전 수비수까지 차지한 루크쇼는 터프한 수비와 폭발적인 전진 드리블로 텔레스를 완벽하게 밀어낸다. 출전 횟수가 줄어드니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텐하흐 감독이 부임하면서, 텐하흐가 맨유에 이식하려는 발 밑 축구에 많지 않다고 판단된 텔레스는 현재 세비야로 임대되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맨유로 돌아오더라도 주전을 차지하기 어려워 보이는 텔레스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이적할 것이다.
브랜든 윌리엄스
맨유의 유스 출신인 브랜든 윌리엄스는 오른발을 주로 사용하는 왼쪽 수비수이다. 흔히 말하는 인버티드 윙백이다. 브랜든 윌리엄스는 19-20 시즌 솔샤르 감독에 의해 콜업되었으며, 데뷔 초반에는 수비와 공격 양쪽 모두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다만, 이 당시에도 맨유의 주전을 차지할 정도는 아니라 맨유팬들도 브랜든 윌리엄스가 벤치의 깊이를 더해줄 좋은 후보선수가 되어주기를 기대했다. 윌리엄스는 빠른 순간속도로 상대 수비틈에 균열을 내는 드리블을 종종 보여주었지만, 투박하고 안정감이 떨어지는 플레이로 맨유와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노리치시티로 임대 간 브랜든 윌리엄스는 본인이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맨유를 떠나야 할 것이다. 이제는 브랜든 윌리엄스의 하이라이트는 에릭센과의 포옹만이 기억날 뿐이다.
베르호스트
마샬의 부상, 호날두의 방출로 앉아서 공격수를 둘이나 잃은 맨유가 급하게 (6개월) 임대 영입한 네덜란드 출신 공격수이다. 특히, 2022 월드컵 8강전 이후 믹스존에서 인터뷰하던 메시에게 욕을 먹으며 더욱 유명해졌다. 197cm의 장신으로 박스 안에서의 포스트 플레이까지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베르호스트는 실망 그 자체였다. 키에 비해 너무 마른 체형은 거친 EPL의 수비수에게는 너무나 상대하기 쉬웠다. 또한, 맨유에서 31경기에 출전해서 2골 3어시스트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공격수 자리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하자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는 전술 실험까지 진행해 보았지만, 반전은 없었다. 오히려 밑으로 내려간 베호르스트는 전개에 있어서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마저도 브루노와 자주 겹치는 동선을 보여주었다. 베호르스트는 맨유에서 계속해서 뛰고 싶은 뉘앙스를 보였으나, 아쉽게도 맨유와의 계약 연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 엘랑가
맨유에는 3명의 안토니가 있다. 안토니 마샬, 안토니, 안토니 엘랑가. 이름을 나열하니 약간 암울해지는 것 같다. 말뫼에서 맨유의 유스로 이적한 엘랑가는 랑닉이 가장 자주 사용한 윙어이다. 어린 시절 말뫼에서 뛰면서 동나이대 선수들을 가지고 놀다시피 한 엘랑가는 성인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주로 측면에서 활약하는 엘랑가는 볼을 잘 다루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피지컬과 속도, 밸런스를 활용하여 돌파하는 유형이다. 그러나, 이러한 드리블도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았다. 부족한 기본기로 터무니없이 볼을 헌납하는 장면이 잦았으며, 결정적으로 공격수치고 스탯 생산 능력이 너무 부족했다. 엘랑가는 텐하흐 체제에서 단 한경기도 선발로 출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도니 반 더 비크
20-21 시즌 입단 이후, 현재 반더비크는 맨유의 4년 차 아픈 손가락이다. 아약스에서 보인 대단한 오프더볼과 축구 센스는 맨유에서 보기 어려웠다. 솔샤르는 유독 반더비크보다는 유스 출신인 맥토미니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끔 출전하던 반 더 비크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 센스 있는 플레이로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후보를 전전하던 반 더 비크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에버튼으로 임대를 떠났지만, 그곳에서조차 제대로 된 출전 시간을 받지도 못하였다. 에버튼 임대 생활을 끝내고, 복귀한 반 더 비크는 이적을 어느 정도 열어두었으나, 본인을 정상급 선수로 만들어준 텐하흐가 맨유의 부임하면서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텐하흐 역시 브루노-에릭센-카세미루 라인을 선호하였으며, 장기 부상까지 겹치며 이제는 맨유에서의 시간이 정말 끝이 난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텐하흐는 선수단을 대하는데에 있어 확실하고 과감한 것 같다. 사실 방출 명단에 오른 선수들 역시 전 소속팀과 데뷔 초에는 굉장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전임 감독들은 다음 시즌엔 터지겠지 하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도 개인적으로, 마샬과 같은 선수들을 잘못 이적시켰다가, 타 팀에서 다시 포텐을 터뜨릴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텐하흐는 다르다. 이번 시즌 보여준 텐하흐의 모습은 시즌 중에는 선수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이지만, 본인에게 주어진 기회를 확실하게 잡지 못하면 가차없다. 이러한 텐하흐의 방식은 선수단 전체에 긍정적인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또한, 벌써부터 굵직한 이적이 성사되고 있는 23-24 여름 이적시장이다. 맨유 역시 더 나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출 명단에 오른 선수를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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